이너게임 이론을 반영한 피칭연습 프로세스

대학 테니스 선수였던 티모시 골웨이는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쉬운 발리를 놓치며 결국 경기를 내주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쉬운 발리샷을 놓쳤는지 의문을 품고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온갖 기술적 교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의 몸과 의식이 가진 타고난 학습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너게임’ 코칭방식을 정립해 나갑니다. 아래 링크는 티모시 골웨이의 이너게임 프로세스를 야구의 피칭훈련에 맞게 변형해 본 것입니다.


1단계 :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기

자신의 동작이나 기술 중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지 결정한다. 투수라면 스트라이드를 앞으로 더 끌고 나오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제구를 보다 향상시키는데 집중할 수도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투구 동작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다는 모든 생각을 잊는 것이다. 폼이나 동작에 대해 지금까지 가졌던 모든 생각을 내려놓는다. 그런 상태에서 피칭을 시작한다.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피칭을 마치 스카우트가 처음 보는 선수를 지켜보듯 관찰한다.

가능한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자신의 투구 동작을 체험한다. 피칭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어떻게 서 있는지, 체중을 어떻게 두 다리에 분산시키고 있는지, 팔의 위치는 어떤지 등을 관찰한다. 공을 쥐고 있는 힘, 글러브에 느껴지는 무게 등을 살펴본다.

명심해야 할 것은 어느 것도 고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그저 자신의 동작과 몸의 느낌을 관찰한다.

다음 단계는 조금씩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며 피칭 리듬을 잡아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공이 손에서 빠질 때의 그립을 느껴본다. 다음에는 몸의 중심부의 움직임만을 관찰하며 던져본다. 스트라이드를 하는 발에 초점을 맞춰서도 던져본다. 글러브를 끼고 있는 팔에 관심을 가지고 던져 본다. 팔로스로우에 주의를 두고 던져 본다.

좋거나 나쁘다는 판단을 하지 않고 투구 동작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은 그리 까다로운 일이 아니며, 변화를 위한 최고의 필수조건이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애써 바꾸려는 노력을 내려놓을 때 변화는 저절로 일어난다.

이렇게 관찰하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이미 일어나기 시작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러한 변화를 일으켰다는 생각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 요기 베라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5분 정도라도 자신의 피칭을 제대로 지켜보며 느끼고 나면 어떤 부분에 가장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물어본다.


2단계 : 원하는 결과를 그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구속 향상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다음 단계는 더욱 빠른 자신의 공을 상상하는 것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동작을 지켜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지나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본 것을 그대로 흡수하고 그 투수가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도록 허용한다.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어떤 소리를 내는지 느껴본다.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투구폼으로 힘을 제대로 실어 공을 던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내면의 눈으로 자신의 피칭 모습을 그린다. 이때 그림 안에는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세밀한 묘사를 가능한 많이 채워 넣어야 한다. 릴리스 포인트에서의 공을 놓을 때의 느낌, 포수 미트로 향하는 공의 회전과 스피드, 몸이 앞으로 향할 때 힘이 전달되는 느낌 등을 생생히 느껴 본다.

(관련글)


3단계 : 자아2(실제 몸을 움직이는 나)를 신뢰한다

다시 피칭을 시작하되 의식적으로 투구 동작을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공을 쎄게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몸에 각인된 투구 동작에 따라 피칭이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놔둔다. 빠른 공을 위해 더 많은 파워를 원한다면 더 많은 파워가 나오도록 내버려 둔다. 자신이 몸이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를 준다.

결과에 관계없이 자아1(지시하고 비판하는 나)은 배제한다. 즉시 구속이 빨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억지로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몸이 이루어낸 과정을 신뢰하고 이후의 과정이 펼쳐지도록 허용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도 구속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1단계(판단하지 않고 관찰하기)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스스로에게 구속 향상에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겠다면 코치에게 투구 동작을 보여주어도 좋다.

코치가 손목의 스냅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점을 관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공을 너무 꽉 쥐어서 손목을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는 공을 강하게 던지겠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공을 쥐는 강도를 바꿔 어떤 느낌이 드는지 느껴본다. 손목에 스냅을 주려고 억지로 노력한다면 손목은 지나치게 긴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저 손목이 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격려하되 강요하지는 않는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약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스스로 찾아본다.


4단계 : 결과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관찰한다

몸에 각인된 투구 동작에 의해 피칭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동안 해야 할 일은 그저 관찰하는 것 뿐이다. 피칭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과정을 그저 관찰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지더라도 자제한다. 눈에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금 진행중인 자연적인 과정을 믿는다. 지나치게 노력하고, 동작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일반적인 방해패턴에 빠지면 결국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