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만능주의에 대한 아쉬움
우리 문화는 부사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자신감을 가지고, 간절하게, 열정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런 말들은 대개 일을 하는 태도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부사가 강조되는 세상에서는 당연히 다른 품사들이 힘을 잃게 됩니다. 세상 모든 일에 마음가짐과 태도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더나은 방법을 실질적으로 탐구하는 동사적인 노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의 퍼포먼스가 저조할 때 선수의 태도 문제로 간단히 이유를 돌려버리면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얼마전 한 야구인과 이야기를 하며 선수가 경기장에 오래 서있을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끔 투수가 제구난조를 보이거나 상대의 공격이 불타올라 20분 넘게 수비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게 오래 서있게 되면 피가 다리 쪽으로 몰리며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운동능력과 판단능력도 저하됩니다. 그러니 이닝이 길어져 수비 시간이 늘어나면 야수들이 에러를 할 확률도 그만큼 커집니다.
이럴 때 보통은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을 탓합니다. 그런데 실은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함께 대화를 나눈 야구인은 말씀하셨습니다. 크게 와닿았습니다. 자기 눈 앞에 굴러오는 공을 잡고 싶지 않은 선수가 누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투수교체 시간 등을 활용해 잠시 바닥에 앉아 다리를 쉰다던지, 잠깐 누워서 몸을 이완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실제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연습을 지켜보다가 ‘빠졌다’는 이유로 선착순을 도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선수들 모두 2시간 넘게 앉지도 못하고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빠지지 않기가’ 더 어려워 보였습니다.
선수에게 어떤 문제가 발견되면 정신력을 탓하며 무작정 더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기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선수에게 직접 요구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선수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연습과 경기환경을 먼저 고민했으면 합니다. 선수에게 간절함이 부족해 보인다면 혹시 개인적으로 어떤 고민이 있는건 아닌지 먼저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