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찾았을 때 새롭게 발견되는 문제

뉴스레터 13호 ‘코치라운드 생각’입니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조그만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 그리고 뉴스레터 등을 운영하다 보니 글을 쓰거나 다른 분이 쓴 글을 다시 들여다 볼 일이 잦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탈자를 확인하는 일도 꾸준히 반복하는 편인데요. 제가 쓴 글의 오탈자는 잘 보이질 않지만 다른 분이 쓴 글에서는 쉽게 찾아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장기나 바둑도 훈수를 두는 사람이 묘수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코치님들 중에는 그래서 자신의 팀 선수 영상을 친한 동료 코치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일본만화 ‘중쇄를 찍자’에 출판사의 교열 담당 직원이 오타를 찾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래 순서대로 읽어가며 틀린 단어와 표현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오타를 발견하기 위해 거꾸로 읽는다고 그 교열 담당 직원은 말합니다. 순서대로 읽으면 뇌가 ‘의미’를 읽어내는 탓에 틀린 부분을 잡아내기 힘들다는 것이죠. 뇌는 익숙하다고 결론낸 것, 안다고 믿는 것에는 생생한 주의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야구코치님들 중에도 선수의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동작을 거꾸로 돌리면서 관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 때 순서대로 봤을 때는 발견할 수 없었던 포인트를 종종 발견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피칭이론가 폴 나이먼은 ‘Backward Chaining’이라고 해서 발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키네틱 체인의 순서가 아닌 손에서 발로 이어지는 반대 순서로 피칭동작을 접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렇게 오타를 발견하고 문장을 손보면 끝일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앞뒤 문장과 함께 읽어보면 고친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는 앞의 문장을 이어받아 다음 문장의 단어나 어미, 조사를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글자 하나만 바꾸어도 단락 전체가 매끄럽지 않게 읽히게 됩니다. 그래서 오타 하나 고쳤을 뿐인데도 앞뒤로 서너 문장을 함께 수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선수의 어느 한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완벽해질 것 같은 느낌을 코치님들도 종종 갖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그 문제를 개선하자 마자 다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코치와 선수를 좌절시키곤 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신체 전반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부분을 세밀하게 다듬어 나가고, 또 한편으로는 전체를 느긋하게 조망하는 작업! 읽기 편한 좋은 글을 완성하는 작업과 운동기술을 마스터하는 과정은 여러 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투수도 같은 조건의 마운드에 두 번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 (맷 부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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