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색을 발산하는 선수인가? (최현석, SSG 랜더스)

우리야구 10호(2021년 11/12월호)에 소개된 SSG 랜더스 최현석 컨디셔닝 코치님의 글입니다.

프로야구팀에서 일을 한 지 7년 째에 접어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리그에서 유망주 선수들과 보냈다. 매년 유망한 신인들이 10명 이상 들어오고 그 수에 비례해서 매년 팀을 떠나는 선수들을 보게 된다. 팀을 떠난 선수들도 한때는 유망주라 불리던 선수들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나는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떠나는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더 크게 남곤 했다. 떠나는 선수들 대부분은 아마추어 시절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었다. 좋은 기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프로팀에 왔을텐데 무엇 때문에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되었을까?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못하는 선수들

드래프트된 선수들은 분명 또래 선수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장점이나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팀의 스카우트 눈에 띄어 지명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종종 묻는다,

“너희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너만의 장점이 무엇이니?”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많은 선수들이 주저주저하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반면 부족한 점을 물으면 막힘없이 여러가지를 술술 말해 준다.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 말하는 내용에는 신기한 공통점이 있다. 나의 입장에서 대부분은 말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팔스윙이 어떻다든지, 타격을 할 때 타이밍에 맞지 않는다든지, 등등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야구를 직접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선수가 말하는 그런 기술적인 부분이 정말 그 선수의 단점일까 하는 궁금점을 갖게 된다. 그런 단점이 프로에 오기 전에는 없었을까? 그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눈에 띈 장점 때문에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프로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하지만 경쟁에 밀려 팀을 떠나는 선수에 대한 평가를 동료 지도자에게 물어보면 그분들의 의견 역시 선수들이 했던 자기평가와 큰 차이는 없는 경우가 많다.

투수 구종 추가의 어려움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을 바라보며 한번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선수는 자신의 재능이나 강점을 판매하는 판매자이고, 구단이나 지도자는 선수의 재능이나 강점을 구매하는 구매자로 인식해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광고들은 대부분 그 상품의 좋은점, 다른 제품과의 차이점을 어필하며 소비자 또는 구매자에게 상품을 매력있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식의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팔아보자

선수들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듯 자신의 매력이나 장점을 구단이나 지도자에게 알려보면 어떨까? 이를 위해 나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빨리 인식할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추어 졌으면 한다.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지도자나 트레이너가 아니다. 동료도 아니고 심지어 부모도 아니다 솔직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일 것이다. 정말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장점은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이 장점을 다른 어떤 누구와도 비교도 안되게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선수가 찾아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씽커만 던지는 건 어때?”

이런 관점이 낯선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누군가가 알아채서 자신의 방법을 따라할까봐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마음속 깊은 곳에 접어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유명 요리연구가 백종원씨는 TV에 나와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경쟁자들이 다 지켜볼 수 있는 TV에 나와 자신이 연구한 비법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나는 그런 백종원 대표를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비법을 경쟁자가 알고 아무리 쫓으려 애를 써도 자신의 느낌과 경험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사리 자신을 따라할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야구를 하고있는 학생이든, 이제 갓 프로에 들어온 선수든 백종원 대표와 같이 자신의 장점이나 특징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겠다.

프로팀의 트레이너로서 수년 동안 경험한 바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선수들이 아마추어 때부터 하던 소위 말해 ‘기술 훈련’의 양을 맹목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만약 새로운 훈련을 시작했거나, 이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훈련을 처음 하게 되었다면 훈련의 양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잘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목표나 의도는 없이 아마추어 때부터 하던 훈련이니까 프로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양을 늘려가며 한다는 태도에는 의문이 든다. 선수의 기술이 무조건 훈련의 양을 늘릴수록 좋아지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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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도 장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먼저

우리나라의 문화와 관습에서는 선수는 지도자의 말에 일단 수긍을 해야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코치가 준 스케줄을 그대로 따라하며, 또 코치가 지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점점 자신의 장점과 색깔을 잃어버린다. 처음엔 이 순간만 지나가면 다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시키는대로 해나가다가, 천천히 아주 조금씩 자신의 것을 잃어버리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경쟁에서도 밀리고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미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늦은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다.

“나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그것이 빛날 수 있도록 매일 스스로를 가다듬자. 때로는 창의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런 생각을 하루하루 행동으로 옮겨보자.”

나를 포함해 지도자들도 어린 선수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도록 인내를 보여주고 격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지도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코칭방식일 수 있다. 지도자는 선수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과 자신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장점차트를 적으며 선수들을 관찰해보자!

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을 충분히 말해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이 본 것과 느낀 것, 그리고 감을 절대적인 사실인 양 지적하고 고치려고 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한다. 그보다는 선수의 장점을 존중해 주고 눈에 잘 띄지 않고 하찮더라도 그 선수가 잘하고 있는 점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지도자도 이런 노력이 반복되다 보면 다른 지도자와는 구별되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현석
SSG 랜더스 컨디셔닝 코치
NATA BOC 자격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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