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코치의 가르침

선수의 미래를 걱정해 주시는 할아버지 코치의 가르침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 봉중근 <야구공 실밥터지는 소리>)


하루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투수로 보직이 변경된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다. 싱글 A에 있던 시절이었는데 하루는 나이가 굉장히 많은 할아버지 투수코치가 나에게 물었다. 

“너 뭐 던질수 있느냐?”

“예, 직구랑 포크볼 던집니다.”

그러자 그 코치는 표정이 살짝 편하더니 나에게 앞으로 포크볼을 던지지 말라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포크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구사하는 선수도 많지 않았는데 일본의 노모 선수가 포크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달리 포크볼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선수 생명과 관계가 있었다. 팔꿈치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거 였다. 그래서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금기시 되었는데, 한국에서 온 10대의 투수에게 포크볼은 허용할 수 없는 구질이었다.

팔꿈치나 손목에 무리를 주는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는 투수들은 오랜 선수생활을 하기 어렵다. 특히 메이저리그처럼 살인적인 이동 거리에 많은 경기 수를 이겨내려면 부상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내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포크볼을 던졌다면 아마 더 빨리 리그 승격을 이뤘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발백중 팔꿈치 부상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선수 생명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 코치는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포크볼과 유사한 효과를 주는 체인지업을 나에게 가르쳤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전에서 가다듬게 한 것이다. 의미 없는 개인이나 팀 성적보다는 선수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생각하고 지도해주신 그 할아버지 코치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큰 경쟁력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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