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 좀 풀어줘 제발!” (김병준)
“슬럼프가 오면 수백 수천 번 연습해서 이겨내야 해! 악착같이 연습해서 두려움을 떨쳐내 봐!”
학생들이 야구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을 말이다. 나약해지면 안 되고 악착같이 이겨내야 한다고,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고. 마음속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선수들에겐 멘탈이 약하다고 낙인찍는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선수들은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다.
참고 인내하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감정의 영역에서만큼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가 선수들의 멘탈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 깊게 억눌린 감정을 인지하고 알아차리도록 한다. 선수가 그토록 부정하고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 심리적인 문제는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이겨낼 것도 없다
감독님만 쳐다보면 손이 말리며 악투를 하는 선수가 감독님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느껴주니, 감독님뿐만 아니라 그 어떤 누구 앞에서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자존감이 낮고 송구불안으로 고생하던 선수가 동료에 대한 질투심과 수치심을 온전히 마주하고 인정해주니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마음속 감정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면 거부하는 선수들이 있다.
“두려움을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는 게 아닌가요?”
“인정하는 순간 무릎을 꿇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받아들임’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인정해주며 흘려보낸다는 것이지, 그 감정이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우리가 과거부터 무의식에 억압해놓은 감정의 결과물이다. 실수에 대한 수치심을 억누를수록,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은 계속해서 내 눈앞에 나타난다. 잘나가는 동료에 대한 질투심을 억누를수록 세상은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두려움을 회피할수록 공포를 느끼게 하는 상황은 되풀이된다.
“이제 나 좀 풀어줘 제발!”
멘탈이 불안해 힘들어하는 선수라면,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에 갇혀 아우성치는 감정의 목소리를 차분히 들어보자.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버린 억눌린 그 존재를 이제는 온전히 인정하고 느껴주자.
“그래. 나는 네가 느껴질 때마다 억누르고 외면했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이제는 외면하지 않을게. 마주하고 느끼고 받아들일게”
오랫동안 억눌린 감정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괴롭고 힘들 수 있다.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하고, 두려움과 수치심에 온몸이 오그라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찰나만 흘려보낸다면 곧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은 우리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감독님의 공포스러운 표정은 내 마음속 두려움을 비춰주는 거울이고,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동료는 내 마음속에 억눌린 수치심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제 원인을 외부로 돌리지 말고 내면에 맞춰 들여다보자. 무의식 깊숙이 틀어박힌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고 느껴주자. 감정을 억누르는 데 썼던 에너지를 이제는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온전히 쏟아보자.
김병준
EFT스포츠심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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