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빈 번스가 경기 후에 적는 노트

일기장 겉면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네이비색. 두꺼운 나선형 링. 장식이나 표지, 로고도 없는 노트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의 노트라는 라벨도 없다. 안쪽 페이지를 읽어야만 코빈 번스의 노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페이지가 비슷하다. 각주도 없고, 괄호 안의 주석도 없다. 번즈가 빼곡히 적은 것들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번스의 노트를 통해 우리는 그가 어떻게 잠깐의 부진을 만회하고 리그 최고의 투수로 복귀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삼진 비율(32.6%, 3위), fWAR(2.2, 9위), 평균자책점(2.31, 10위) 등 번즈는 몇 가지 지표에서 상위 1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그는 수치를 쫓지 않으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선수들이 비슷한 말을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통계를 만들고 매 경기 후에 이를 기록하면서 그런 말에 책임을 지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번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지키는 지 알 것이다. 그를 위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라커에 보관하고 있는 그의 일기장을 살짝 볼 수 있는 지를 물었다. 번스는 “물론 괜찮습니다만 사진은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야구소년 플레이북의 경기 리뷰 페이지

한 페이지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린 두 개의 가로선으로 구분되어 있다. 한 게임에는 페이지의 3분의 1이 할당된다. 사용하지 않는 여백은 많지 않다. 검은색 잉크로 대부분의 단어가 깔끔하게 적혀 있다. 가끔은 급하게 쓴 티가 나거나 약간의 억울함을 담아 쓴 것처럼 보이는 내용도 있다 “5회에서 집중력을 잃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기도 한다. 대체로 가독성이 좋다. 목적을 가지고 쓴 글이기 때문이다.

경기 항목은 왼쪽 열에서 시작된다. 날짜, 상대, 숫자가 적혀 있다.

4/7 컵스
59/83
71%

마지막 숫자는 번스가 ‘실행 비율execution rate’이라고 부르는 수치다. 이는 경기에서 던진 총 투구수 중에 자신의 의도대로 정확히 던진 투구수(위의 예에서는 83개 중 59개)를 말한다. 경기 후에 번스는 이 수치를 통해 자신의 경기를 평가한다. 운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경기 중에 커브볼을 던졌는데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운 좋게 타자가 그 공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결과는 좋았지만 번스는 그 공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 시스템을 통해 번스는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구 실행pitch execution이야말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구단은 번스가 선발 등판한 다음 날, 그가 던진 모든 투구 영상을 모아 전달한다. 번스는 모든 투구를 보면서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투구를 노트에 기록한다. 이 과정은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는 영상을 보면서 무엇을 찾을까?

“커터를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질 때 0-0 카운트가 0-2 카운트보다 조금 더 오차가 커도 됩니다. 카운트, 상황, 경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로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좌타자에게 0-2 카운트에서 백도어 커터를 던졌는데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군. 개선해야 할 부분이야.’ 결과와 관계없이 퍼포먼스를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주에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나머지 페이지에는 Well, Better, How 세 개의 열로 구성된 체크리스트가 있다.

Well: 잘한 것을 적은 한두 문장
Better: 더 잘할 수 있었던 것을 적은 한두 문장
How: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지를 적은 한두 문장

예를 들어, 지난 주 메츠와의 경기가 끝나고 번스는 노트의 Well 파트에 이렇게 적었다. “이른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피칭.” 그는 이전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잘할 수 있었던 Better에는 이렇게 적었다. “30분 동안 우리팀이 공격을 해서 오래 앉아 있어야 했다. 이완된 상태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지를 적는 How에는 이렇게 기록했다. “다양한 호흡 테크닉을 떠올리고 덕아웃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사소한 조정과 작은 불만일지 몰라도 번스에게는 아니다.

경기 후 번스가 거의 로봇처럼 말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는 순간에 휩쓸리지 않고 다른 투수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상대를 기준으로 어떤 커브도 평가하지 않는다.

“누가 타석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기의 상황, 카운트에 따라 투구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번스는 평균자책점 8.82를 기록한 2019 시즌 이후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다. 크리스 훅 투수 코치를 비롯한 밀워키 스탭의 도움을 받아 투구 레퍼토리를 바꾸던 그 무렵, 번스는 스포츠 심리학자 브라이언 케인과 함께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일기 쓰기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을 던진 5일마다 Well, Better, How 루틴을 끝내고 번스는 케인에게 전화를 걸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나머지 한 주 동안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았다.

(원문 기사) Corbin Burnes gives an inside look at how journaling made him an elit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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