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어. 그냥 하던 대로 해.”

뉴스레터 7호 ‘코치라운드 생각’입니다.

​얼마 전 한 팀의 타격코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야구코칭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치님은 덕아웃에서 요즘 자주 겪는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수에 대해 보다 많이 알 수록 코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코치님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하루에 몇 명씩 꾸준하게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들이 조금씩 늘게 되었습니다. 경기 중에도 삼진을 먹거나, 아쉬운 결과를 안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선수들이 다가와서 이렇게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합니다.

​”코치님, 방금 저 뭐가 문제였어요?”

​코치가 자신의 문제를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건낸 이런 질문에 코치님은 시큰둥하게 이렇게 답해준다고 합니다.

​”문제 없어. 그냥 하던 대로 해.”

​선수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하는 코치의 냉담한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코치님께서는 (자신이 볼 때 문제라고 생각하는, 하지만 그것도 사실이라고 100% 장담할 수 없는) 선수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선수는 그것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선수는 다음 타석에서 투수의 공과 투구동작에 집중하기 보다 자신이 말한 동작의 문제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는 것이죠. 경기 중에는 동작이나 움직임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접근법이라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오로지 공에만 집중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타격이라면서요.

​스윙동작이나 타이밍의 문제라는 확신이 들 때는 경기가 끝나고 영상을 돌려보며 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경기를 하기 전에 영상을 함께 보며 자신의 생각도 말해주고 선수의 의견도 들으면서 무엇을 개선하는게 좋을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코치의 생각을 선수가 이해하기 쉬운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전달하는 것. 코치가 개발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있습니다. 그것을 ‘언제’ 전달할 것인가!

​해야 할 말을 절호의 타이밍에 전달하는 지혜로움. 하고 싶은 말을 마음의 서랍 속에 쌓아두고 보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인내. 분야에 관계없이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의 연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갈고 닦아야 할 자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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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코치의 말에 초점을 맞출 때 눈이 멀게 됩니다” (빌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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