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와 피칭 동작 (랜디 설리반)

오랜 시간 동안 피칭 코치들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실 똑같은 피칭 동작을 반복할 수는 없다. 발목, 무릎, 고관절, 몸통, 어깨, 팔꿈치, 손목, 손 등 모든 관절을 코디네이션하고, 관련된 모든 근육들의 타이밍을 늘 똑같이 맞춰서 같은 피칭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의 관절을 같은 방식으로 두 번 움직이게 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모든 투구의 릴리스 포인트가 몇 밀리미터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최고의 투수들이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고 가정하곤 했다. 그래서 투수 코치들은 선수들의 동작에 개입하여 엄격하고 정교한 피칭 동작을 요구해 왔다. 코치와 투수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잘못된 방향으로 추구해 왔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로 최고의 투수들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피칭 동작이 이루어지는 짧은 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빠르게 움직임을 조정함으로써 같은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칭 동작을 동계 올림픽 루지 종목이라고 생각해보면 좋다. 다양한 모양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루지를 탄 선수의 동작은 달라진다. 루지는 엄청난 속도로 좌우로 흔들리며 얼음 위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중심에서 벗어나는 범위가 적을 수록 기록은 단축되고 금메달에 가까워진다. 빠르게 움직임을 조정해 루지의 이탈을 줄이지 못하는 선수일 수록 기록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투수가 피칭을 위해 앞다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발목은 조금씩 다르게 움직인다. 루지가 크게 좌우로 움직이듯 종종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무릎과 고관절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움직임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무릎과 고관절이 놓치면 몸통, 어깨, 팔꿈치, 손목, 손이 느슨해진 부분을 보완한다. 이렇게 신체의 각 부분들이 조정을 잘할수록 릴리스포인트는 일관성 있게 만들어진다.

고바니Ghorbani와 번Bunn의 연구팀은 8명의 완전한 초보자들에게 공을 던지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독일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경험이 많은 투수 한 명과 비교했다. 위의 그림은 피칭 동작의 각 단계에서 무릎과 발목 각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초보자가 움직임을 동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경험이 풍부한 투수는 사용 가능한 자유도(특히 발목에서)를 분명히 더 많이 사용했다.

문제는 조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관절을 접고(힙힌지) 골반을 기울인 자세를 길게 유지하면(임펄스) 그런 순간적인 조정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힙힌지 동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운드에서 뒷발이 일찍 떨어지면 그만큼 몸이 피칭 동작을 조정할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랜디 설리반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서 발행한 E-book 『Impulse : The Number One Influencer of Velocity』에서 발췌/번역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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