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하지도 내버려 두지도 않는 코칭 (요시이 마사토의 『가르치지 않아야 크게 자란다』 서문)

‘은퇴해도 코치만은 되지 말아야겠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감독, 코치와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결과만 보고 제멋대로 말하면서 선수를 방해하기만 하는 존재가 코치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야구 쪽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딱히 없었기에 일단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코치의 세계에 들어섰다. 어느덧 여덟 시즌을 보냈고, 리그 우승을 네 번 했으며, 일본시리즈 우승도 두 번 경험하였다.

지금은 이렇게 내 나름대로 정립한 코칭 방식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지만 처음 코치를 맡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일본의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그리고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포함해 7개의 구단을 옮겨 다니면서 42살까지 공을 던졌다. 선발, 마무리, 중간계투도 두루두루 경험했다. 그 시간 동안 많은 감독과 코치들을 만났다. 왠만한 선수와 비교해도 선수로서의 경험은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를 코칭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선수 시절에는 나의 성장만 생각하면 됐다. 하지만 코치는 다르다. 던지는 동작은 물론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전혀 다른 여러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선수 각각에 맞는 코칭이 필요했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 조언인지 스스로 반신반의한 적이 많았다. 나의 말에 자신이 없었다. 실제로 나의 조언이 좋지 않게 작용한 적도 있었다.

선수로서의 경험에만 의존해 가르쳐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칭을 전문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느껴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투수코치를 그만두고 2014년에 쓰쿠바대학교 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 2년 동안 배운 것들은 이후에 코치 생활을 해나가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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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체육학이었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코칭 방식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심리와 신체의 구조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신체의 부위에 따라 근육이 움직이는 방식 등 여러 방면에 걸쳐 공부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처음이라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무 살 가까이 어린 동급생에게 파워포인트를 쓰는 법을 배우면서 기를 쓰고 수업을 쫓아갔다.

대학원 2년차 때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투수코치도 함께 하면서 공부를 계속했다. 스포츠과학 이론을 배워서 지식을 쌓았고, 나의 경험이 선수들에게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어서 코칭에 확신을 가지게 된 시기였다.

이 책은 나의 코치 인생에서 ‘지금’에 해당한다. 지금 내가 선수 코칭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실제로 하고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여전히 시행착오를 계속하면서 적합한 코칭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선수가 주인공이다.’

내가 하는 코칭의 바탕이 되는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아래의 내용 정도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선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존중하고 방해가 될 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

일본 야구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면서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할 때가 많다. 반대로 미국은 좋게 말하면 선수에게 맡기고, 나쁘게 말하면 내버려 두는 문화다. 나의 코칭 방식은 어느 쪽도 아니다. 나는 우선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칭을 하는 모든 순간에 선수와 나누는 대화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특히 아직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젊은 선수일 수록 적극적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말해도 좋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프로 중에서도 일부 특급 선수들만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프로에서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선수들이 제법 많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일은 의식하지 않으면 하기가 어렵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능력도
연습으로 만들어지는 습관이고 기술이다.

선수가 지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선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있어도 일부러 나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선수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선수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과제를 극복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가 스스로 명확해진다.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나는 선수가 이런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코칭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알려주면 코치도 편하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일깨우는 방식은 어쩌면 멀리 돌아가는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로서 오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의 세계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엘리트 집단이다. 아마추어에서는 돋보였던 선수일지라도 대부분은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금방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럴 때 코치는 이런저런 지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제각각 다른 성장 과정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선수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도 다르다. 코치의 말이 그 선수에게 맞는 조언인지 알기가 무척 어렵다. 또한 코치의 말은 표현이나 뉘앙스의 차이로 선수가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때로는 코치가 제공한 조언이나 연습이 맞아 떨어져서 단번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만남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다른 팀으로 가거나 하면서 코치는 늘 바뀐다. 그럴 때마다 코치를 따라 팀을 옮길 수도 없다. 무엇보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선수는 언제나 혼자서 상대와 맞붙어야 한다. 공을 던질 때마다 코치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고독한 마운드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언제나 자신 밖에 없다.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선수 자신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방출 당하는 것도 선수 자신이다. 그렇기에 선수가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안 좋았는지를 분석하여 다음 경기에 활용한다.’

선수의 머리가 이렇게 돌아가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코치로서 내가 할 일이다. 선수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차리는 경험을 반복해서 제공해 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선수 개개인의 성격과 입장, 상황 등을 고려해 이야기를 나눈다. 신인과 중견, 베테랑 선수들을 각각에 맞추어서 대하려고 노력한다.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눈여겨보면서 소통해 나간다.

요시이 마사토의 책 『가르치지 않아야 크게 자란다』 서문의 일부입니다. (9월 1일부터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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