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움직임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었죠” (임창민)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에 소개된 NC 다이노스 임창민 선수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어 : 손윤, 유효상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

Q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만 야구를 해왔잖아요, 그러다가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 가서 연습을 했을 때 배워온 것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예전의 야구를 배워온 선수잖아요. 예전에는 직관에 의한 피드백이 100%였어요. 객관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점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Q 미국에는 드라이브라인을 비롯해서 상당히 많은 사설 아카데미들이 있는데,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를 택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A 첫 번째로는 수술 환자를 볼 수 있는 트레이너가 중요했어요.  저에게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죠. 두 번째로는 날씨였어요. 어차피 제가 격일로 공을 던져야 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습도가 있는 쪽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플로리다로 정했죠. 남부 쪽은 기온은 높은데 건조한 곳이 많았거든요.

Q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 가기 전에 몸이 안 좋았는데요, 아무리 많이 알아본다고 해도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네요. 확신을 갖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을까요?

A 도착해서도 불안했어요.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도 저랑 안 맞으면 안 되는 거니까요. 제가 다른 곳도 많이 알아봤어요. 그런데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더라고요. 한국에는 자신이 하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면 가장 큰 문제점이 선수의 자유도가 떨어져요. 모두가 걸을 수 있지만, 각자의 걸음걸이가 다르잖아요. 다른 사람은 제가 어떤 근육을 쓰고, 어떤 힘을 줘서 공을 던지는지 알 수 없거든요. 다만 제 몸은 스스로 알고 있지만, 저에게 말을 하지 않을 뿐이죠. 저의 패턴과 자유도,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고 있으면 서로 대화가 되는 거죠. 그게 투구폼인 것 같아요. 말을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말투를 따라 할 필요는 없잖아요.

Q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서 바이오메카닉스 같은 도움도 받았나요?

A 사실 대학교 때 이미 바이오메카닉스에 대한 경험이 조금 있었어요. 연세대학교 내에 초고속 카메라가 있었는데, 쉐도우를 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대학원생이 석사 논문을 썼죠(웃음). 근데 아직은 살짝 실망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도 센서를 몸에 달아야 하고, 실험체가 관측한다는 것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해석하시는 분들은 많은 발전이 있었겠죠.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서는 바이오메카닉스보다는 랩소도 등과 같이 연결해서 분석해주는 것을 많이 했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강운동

Q 가기 전에도 분명 루틴이 있었겠지만, 갔다 와서 바뀐 루틴이 있을까요?

A 있어요. 공을 던지고 바로 보강운동을 해요. 거기서는 웜업, 스피드 보강, 피칭드릴, 캐치볼, 퍼포먼스를 올리는 강한 공 던지기 등을 하고 바로 보강운동을 합니다. 공을 던지기 전과 후에 두 차례씩 하거든요. 앞에서 하는 보강은 KBO리그의 전체적인 스케줄을 따라가면서 하기에는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뒤에 하는 보강은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방에 가서 하든지 조금 나중에 하든지 했는데, 지금은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이후에 바로 보강운동을 하게 됐어요. 그 다음에 아이싱을 하고 마무리를 하죠.

Q 아마추어에서 지명을 받았을 때의 구속과 프로에 와서의 구속이 해외 선수들은 많이 늘곤하는데, 국내는 그렇지 못한 듯 합니다. 어떤 이유라고 생각합니까?

A 제가 다 맞을 수는 없겠지만, 최근 신인들이 공의 질이 좋아요. 그런데 그런 선수들이 성장을 못하는 이유는 과도한 관심 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이 자신을 늘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지죠. 지도자들도 한마디씩 더하게 되고요. 프런트도 트레이너도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되고요. 저는 때론 무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수술 후 미국을 갔다 와서 구속이 늘었어요.

A 아직까지 수술 전 최고 구속보다는 떨어지지만, 수술 전보다 평균 구속이 올라왔어요.

느낌과 실제의 차이

Q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의 효과 + 임창민 선수만의 방법을 찾은 거라고 봐도 되겠죠?

A 거기에 다녀와서 엄청나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 전에 했던 것을 머리로 정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감각적으로 던졌을 때 제 팔이 귀에 붙듯이 올려서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내 팔을 직접 보면 팔은 많이 내려와 있더군요. 느낌과 눈으로 본 것은 차이가 있었어요. 제 감각은 팔이 다른 곳에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근데 플로리다를 다녀와서 제 팔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됐어요. 야구를 하지 않은 데이터 분석하는 분들과 많이 얘기를 하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이 많았어요. 20년 정도를 야구하는 사람들 하고만 있다가 그렇지 않은 환경에 처음 놓여 봤거든요.

보통 해외의 경우 피칭 코디네이터 분들은 엘리트야구를 했던 분들이아니에요. 운동역학이나 트레이너 분들도 많죠. 그 분들은 과학적으로 얘기를 해줘요. 그래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됐어요. 수술하고 나서도 왜 퍼포먼스가 안 올라왔는지 알게 됐고요. 다녀오고 나서 제몸을 알게 되니까, 제 몸은 일반적인 투수들의 메커니즘이나 타이밍과 는 다르더라고요. 제 느낌에는 그래요. 그런데 수술 후 감으로 일반적인 투수들의 형태를 따라가다 보니 수술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잘 안 됐던 것이었어요.

Q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움직임과 원리를 알게 된 거네요.

A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말만 따라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투를 따라 했던 거죠. 그게 저한테 맞지 않는 말투였죠. 욕심이 생겨서 말투까지 따라 하려고 했던 건데, 저는 그렇게 되는 형태의 몸이 아니었던 거죠. 그곳 사람들은 확신을 갖고 말할 때는 데이터를 갖고 얘기해요. 그게 없이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접근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이렇게 될 수도 있어’라고 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됐고요.

Q 중학교나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A 어릴 때 피지컬적으로 완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몸매를 보면 성향이 나오잖아요. 운동선수도 그런 피지컬이 완성이 되는 것이 25세 전이라고 생각해요. 그 나이 전에 올인을 해야 하는 거죠. 제가 플로리다 베이스볼 아머리에서 연습할 때, 가장 왜소한 선수였어요. 제가 95kg 나가는데 그 사람들은 저보다 키도 크고 체중도 20kg 정도 더 나가는 건장한 체구였어요. 만약 그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저의 피지컬적인 장점은 모두 사라지는 거죠. 전 우리나라 리그 평균에 가까운 피지컬인데도요. 피지컬은 그릇이거든요. 물을 최대한 담을 수 있는 그릇. 그 그릇을 완성시켜 놓아야 해요. 기술보다는 피지컬 완성에 공을 들여야 하는 시기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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