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볼 훈련 : 처방적 방식과 자기조직화 방식의 비교

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방식으로 처방적prescriptive 방식과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방식 간의 비교를 다룬 팟캐스트를 진행한 후 특정 훈련이 다양한 접근 방식에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똑같은 스포츠 기술을 훈련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들 간의 관련성 비교를 더 탐구하기 위해 글을 더 써보고자 한다. 이 활동의 목적은 어떤 훈련방식이 더 나은지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훈련들 간의 ‘미세한’ 차이점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똑같은 훈련 도구와 비슷한 활동들도 접근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훈련들의 예시를 신중히 찾아보았다.

팔이 벌어져 나오는(Forearm Flyout) 문제

이번에 내가 다뤄볼 스포츠 기술은 야구의 피칭이고 그 중에서 ‘벌어져 나오는 팔(Forearm Flyout)’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공을 던질 때 팔이 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안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구속이 감소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투수가 외부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팔이 몸에서 너무 일찍 분리되면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이 무너지게 된다. 지면으로부터 시작해 하체-몸통-팔-손끝 순으로 힘이 체계적이고 부드럽게 이동하는 대신 너무 일찍 지엽적으로 작용되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더 심각한 문제인데, 바로 통증과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가 찢어질 수 있다. 2009년, Aguinaldo and Chambers는 연구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인체역학적 분석을 제공했다. ‘팔이 벌어진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투수의 위팔과 아래팔의 각도가 90도 이상으로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피칭을 통해 생성되는 외반 토크(valgus torque; 몸통 중심으로부터 외곽으로 형성되는 회전력)를 측정하고 여러 운동학적 변수들과 연관지었다.

그들의 주요 발견 중 하나는 바로 ‘팔꿈치의 구부러짐은 줄어든 외반 토크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팔꿈치를 굽힐수록 팔에 가해지는 토크가 줄어들고 부상의 확률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인체역학적 발견들은 과학적인 피드백을 추가로 제공하여 부상을 일으키는 외반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전통적 · 처방적 방식 prescriptive approach

목표
팔이 벌어져 나오는 기술적 결함을 수정해서, 투수가 이상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던지도록 하는 것.

가정#1
피칭을 위한 이상적인 기술이 존재한다.

가정#2
선수는 기술적인 수정을 명확하고 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

실행 방법
ㅁ 큐를 주기
ㅁ 투수가 올바른 기술을 ‘느끼도록’ 훈련 환경을 수정하기
ㅁ 동작 수정을 위한 피드백 주기

전통적으로 접근하면,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따져볼 여지는 정말 많다. 신체 동작에 초점을 맞춘 내적큐(“팔이 굽어진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라”)를 사용할 수도 있고, 바깥의 대상에 초점을 맞춘 외적큐(“손목이 마운드를 향한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라”)를 줄 수도 있다. 아니면 비유를 활용한 큐(“공을 던질 때 위팔과 아래팔 사이로 비치볼을 조이고 있다고 상상해봐라”)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과제를 바꿔가며 훈련 환경을 수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Baseball Rebellion의 코치들이 자주 사용하는 ‘커넥션 볼’ 훈련을 담은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코치들은 ‘벌어져 나오는 팔’에 대하여 콕 집어 언급하진 않지만, 나는 이 영상이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 훈련의 목적은 투수가 특정한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팔꿈치의 각도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부위들의 움직임의 정렬과 타이밍에 관한 것이다. 커넥션볼이 쓰이는 목적은 바로 투수가 올바른 동작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상에 나오진 않지만 여기에는 다른 큐나 동작 수정을 위한 피드백이 동반될 것이다. 예를 들어 투수가 팔을 너무 일찍 벌려 커넥션 볼을 떨어뜨리게 되면 코치가 자세에 관한 피드백이나 큐를 줄 것이다. 나는 커넥션볼이 처방적인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제약적이지 않은 처방적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커넥션 볼이 처방적 방식으로 사용되는 예시를 보여주는 또다른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2nLU_4Wejc&feature=emb_title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우린 코치와 선수가 서로 무엇이 올바른 동작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자기 조직화 방식

목표
지금 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한 해법에서 벗어나 투수가 다른 선택사항을 찾아보도록 권장하는 것

가정#1
코치는 투수의 팔꿈치 각도나 몸의 위치 등 투수가 사용해야 할 이상적인 기술을 알지 못한다. 다만 부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동작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

가정#2
투수는 코치가 주는 큐나 스스로의 모습에 반응하여 특정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식적이고 명쾌하게 해내지 못한다. 움직임은 너무나 빨리 일어나고 그것을 순간적으로 의식적으로 조정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프란스 보쉬가 말했듯이, “몸은 코치가 하는 말에 관심이 없다.”

실행 방법
차등학습(Differential Learning; DL), 제약 기반의 접근(Constraints-Led Approach; CLA)

자기 조직화 방법 또한 훈련을 다양하게 설계하여 투수가 새로운 해법을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차등학습 방식을 활용한다면 투수가 각각 다른 자세(손의 위치를 낮거나 높게 설정하는 것, 다리의 너비를 좁게 또는 넓게 하는 것)로 공을 던지도록 큐를 줄 것이다. 투수에게 매 투구마다 어떤 자세로 던질지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하겠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몸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대신, (결국엔 실제로는 쓰이지 않을) 다양한 움직임들을 시도해보며 여러가지 느낌을 폭넓게 알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은 전통적 방식에도 쓰이는 커넥션볼을 이용한 제약기반접근 방식이다. 커넥션볼을 제약기반접근 방식으로 이용하면, 투수에게 공을 던질 때 커넥션볼이 팔에서 떨어지며 홈플레이트로 향하도록 하는 새로운 과제를 줄 수 있다. 누구도 이것을 해내기 위한 설명이나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다. 드라이브라인에서 찍은 영상을 보자.

영상 속 커넥션볼 사용의 주된 목적은 원하지 않는 움직임을 없애는 것이다. 영상 속 투수의 3번째 투구를 보면 팔이 몸통이랑 너무 일찍 분리되어 커넥션볼이 일찍 떨어지며 옆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동작으로는 커넥션볼이 앞으로 향하도록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이로 인해 불안정함이 생기므로 선수는 또다른 해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해법을 찾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투구폼을 어떻게 고칠지에 대한 설명이나 고친 동작에 대한 피드백을 듣지 못한다. 커넥션볼이 자기조직화의 목적을 가지고 위험한 동작에 대한 예방을 제약적으로 이루어 내므로 나는 커넥션 볼이 제약적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조직화 방식은 투구폼과 기술에 대한 대화를 덜 중요히 여기는데 그 이유는 동작에 관한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앞서 프란스 보쉬가 한 말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몸은 코치가 하는 말 ‘그리고’ 선수가 하는 생각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절대 대화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대화를 통해 훈련의 의도, 동기부여 등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주요 차이점

훈련 방식 간의 차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환경vs제약

훈련 환경을 수정하는 것은 이상적인 기술을 처방하는 목적을 가진다. 제약을 이용하는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움직임을 없애고 새로운 움직임을 찾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가진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간을 들판으로 비유하자면, 여러 훈련조건들은 자신을 둘러싼 채로 한곳에만 있도록 하는 울타리다. 제약은 특정 장소로 가는 것을 막지만 대신 다른 곳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하는 장벽이다.

훈련의 목표

전통적 방식은 기술 습득 그 자체가 훈련의 목표로, 선수가 어떠한 방법으로 확실히 움직이도록 한다. 제약기반접근 방식은 선수들에게 ‘커넥션 볼을 앞으로 보내기’와 같이 단순하고 결과 지향적인 주문을 내린다. 자기 조직화 방식은 훈련은 오직 제약적인 과제, 개인, 그리고 환경의 맥락을 통해서만 이해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피드백의 원천

대부분의 처방적 방식은 선수가 코치의 피드백에 의존해야 자신이 올바른 동작을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양질의 제약기반접근 드릴은 커넥션볼이 틀린 방향으로 움직인다든지 등으로 선수 스스로 알 수 있는 고유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훈련의 성과가 없을 때

전통적 방식에서 선수가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면, 제일 먼저 “팔꿈치를 어느 시점부터 굽혀봐라”라는 식으로 말로 전해지는 피드백을 듣게 된다. 그 후엔 또다른 큐를 주문받게 된다. 자기 조직화 방식에서 선수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코치는 제약기반접근 방식에 차등학습 방식을 덧붙이는 시도를 해 볼만하다.

예를 들어, “양쪽 발의 간격을 가까이 붙인 채로 커넥션볼을 던져 봐라”라는 주문을 내리면 그 선수는 이전에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해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생소하고 특이한 접근이 더 나은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하는 훈련에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굳이 대표적인 훈련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투수가 실제 경기에서 팔에 커넥션볼을 낀 채로 던지는 것이 아니 듯이 내가 앞서 설명한 훈련들은 대표적이지 않은 방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기술의 느낌을 터득하거나 제약을 가하는 목적과 상관없이 나는 커넥션볼은 대표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색다른 방식을 사용하는데 있어 합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굳이 모든 훈련을 ‘최대한 실전과 가깝게’ 할 필요는 없다.

*perceptionaction.com의 2020년 5월 13일 포스팅 The Connection Ball & Pitching: A Direct Comparison of Self-Organization vs Prescriptive Approaches을 저자의 허락을 얻어 번역소개하는 글입니다

글 : Rob Gray (애리조나 주립대학  Associate Professor, Human Systems Engineering Director, Perception and Action Lab)
번역 : 양재석

The Connection Ball & Pitching: A Direct Comparison of Self-Organization vs Prescriptive Approaches

https://www.facebook.com/100000063730083/videos/2623598017652297/

축구의 드리블훈련으로 설명하는 제약기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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