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실수를 바라는 마음 vs 상대의 최고와 겨루겠다는 마음

학생야구경기는 프로팀의 경기와는 달리 덕아웃이 왁자지껄합니다. 팀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한 함성이 경기 내내 끊이지 않지요. 저학년 친구들이 온갖 우스꽝스런 동작을 곁들여 형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무척 귀엽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자신의 팀에 대한 응원구호보다 상대 선수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한 야유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야지를 깐다’고 표현하더군요. 상대가 에러를 하거나 볼넷을 내주면 “뭐해?”, “땡큐!”같은 말로 상대팀 선수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파렴치한 모습으로 간주되는 조롱과 비아냥이 경기장 안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상대의 실수를 바라는 마음은 선수의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런 선수의 에너지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향해 있습니다. 상대의 실수를 바라는 마음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을 방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상대 선수가 퍼팅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퍼팅이 들어가길 응원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야 자신에게서 더 큰 힘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척 의미심장한 메시지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방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나 때문에 지겠어”와 같은 죄책감, “덕아웃으로 들어가서 혼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등은 몸과 마음을 위축시켜 선수를 더욱 긴장시킵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를 조롱하는 마음도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플레이를 방해합니다. ‘욕하고 괴롭히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우리는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경기를 하는 선수는 상대의 최고와 상대한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특히,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선수들이라면 더더욱 상대가 아닌 자신의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타격천재 이치로 선수가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상대의 최고를 기다리는 태도에 있었습니다.

“내 기술에 자신이 생기기 전에는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술에 자신이 생긴 뒤엔 상대의 최고를 기다린다. 그렇기에 어렵다. 진짜 최고 경기가 되려면 자기만이 아니라 상대도 최고여야 한다. 힘이 떨어진 상대를 무참하게 두들겼다고 해서 최고 경기가 되지는 않는다. 최고의 투수가 최고의 장면에서 최고의 볼을 던진다. 그것을 모두 치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

경쟁적 연습환경 만들기 (제이크 맥킨리, 밀워키 브루어스 피칭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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