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뻘뻘, 흙먼지범벅’ 자기만족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자 (일구이언)

야구친구에 연재했던 일구이언 2016년 12월 칼럼입니다.

최근 만난 한 프로야구팀의 코치는 미국연수를 통해 겪은 인상적인 체험에 대해 말해주었다. 펑고 연습을 지켜보는데 어느 누구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쉴 틈도 없이 앞으로, 좌우로 펑고를 쳐주는 우리 훈련문화와는 다른 광경이 무척 의아해서 훈련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코치에게 물었다고 한다. 펑고는 기술훈련이지 체력훈련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듣고 코치는 기술훈련과 체력훈련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했던 그동안의 관행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윙 500개, 펑고 100번 식의 훈련은 기술훈련이 아니라 체력훈련으로 본질이 호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활동이 일어나면 당연히 체력은 빨리 소진된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여유가 없어진다. 체력이 떨어진 몸과 마음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총동원되기에 이런 돌아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신체조절요법인 휄든크라이스 분야의 전문가인 토드 하그레브는 <움직임을 위한 과학>에서 올바른 움직임 훈련이란 단순히 같은 동작을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형화된 생각이야말로 적’이며 뇌에 정말 필요한 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습관적이고 맹목적인 반복훈련보다는 탐구와 다양성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움직임 훈련이란 단순히 같은 동작을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토드 하그로브)

특히 기술이나 동작에 변화가 필요하거나 재활 과정에 있는 선수는 자신의 신체 움직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이른바 ‘내적큐잉internal cueing’이 새롭게 학습된 운동패턴을 각인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주의력이 살아있을 수가 없다.

코치가 선수가 가진 장단점에 대한 선입견 등을 내려놓고 선수의 훈련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선수 역시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며 자신의 경험을 하나씩 살펴보게 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코치는 선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훈련이 아님을 코치들이 이해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한다. 선수가 스스로 고민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정을 코치가 아무 말 없이 주의깊게 지켜보는 것을 코치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아하’ 하는 깨달음은 온전히 선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가 훈련을 하는 동안 코치를 찾을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브라이언 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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