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로 독려하는 코치 vs 조용한 코치

질문 디자인 연구소​ 박영준​ 소장님께서 전해주신 의미심장한 구절을 나누고자 합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수석 컨설턴트인 수전 파울러가 쓴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 집중한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응원이나 칭찬이 짧은 시간 동안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내적 동기를 갉아 먹는다는 꽤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왔음에도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무척 더딥니다.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는 행동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쓰신 분이 켄 블랜차드인데, 그 회사의 수석 컨설턴트가 다소 다른 맥락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흥미롭네요.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실험 결과가 등장하면 믿음은 당연히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나만 더! 할 수 있어! 힘을 내!”
이런 식으로 큰소리를 지르며 독려하는 코치에게 훈련받은 선수는, 조용하고 자상한 코치에게 훈련받은 선수보다 성적이 훨씬 나빴다.
– 브랜드 어윈 [다른 사람을 동기부여 하려면 먼저 입을 다물라. Silence is Golden]

‘어윈은 조용한 코치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를 자율성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선수를 큰소리로 독려하는 행위는 선수의 관심과 에너지의 원천을 내부에서 외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전환과정에서 선수의 자율성이 차단된다. 외부적 독려나 칭찬은 선수들이 경기에 참여하고, 투지를 발휘하고, 우수한 실적을 거두려는 내적 욕구를 혼란에 빠뜨렸으며, 결국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 수전 파울러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 집중한다] 중에서

(관련 글)

이 글과 관련해 자녀가 탁구를 하는 한 아버님께서 첨부해 주신 경험담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탁구를 응원하면서 1학년 2학년때는 열광적으로 응원했습니다 목소리는 제가 한 목소리 하니까요 그런데 코치 샘들은 박수만 치고 또 최승표 코치님 글에서도 큰소리로 응원하는것이 경기에 방해를 준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나의 필터인거죠 내가 운동 시합을 할 때는 그 응원이 좋았던 것입니다. 부담이 없었죠. 나의 필터로 생각한거죠 또 하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을때 좋다라고 한다는거죠 그래서 큰소리로 응원하는것이 무엇을 방해하는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3학년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8강에서 4강으로 가는 경기에선 유독 힘들어 보입니다. 코치쌤도 연습에서 나오는 실력이 경기중에 너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거죠. 가족들이 많다보니 아이에게 우승하면 무엇을 해줄께 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도 무의식적으로 성적에 많은 심적부담을 가진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비거게임에서도 결과에 포커를 조금 줄이고 과정에 더 치중하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칭찬에서 존재에 대한 칭찬을 이야기하라 하고 결과는 언급하지 말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00이에게 가족들의 집단응원은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었을겁니다. 본인도 성적을 무척 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되려 발목을 잡고 있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일도 대회입니다. 가족들에게 너가 탁구를 치는것만으로 대견스럽다고 안아주라고 이야기 해달라고 가능하면 성적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 말라고 부탁하려 합니다.

(관련글)

일전에 소개해 드린 교육심리학자 알피콘의 책 <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업무처리로 칭찬을 받은 삶이 종종 다음 업무에서 실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번 칭찬을 받으면 ‘그 일을 계속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주된 목표가 더 많이 칭찬받는 것이 되어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마련인데, 계속 긍정적인 반응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이런 도전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잘했어!”라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판단이다. 이 말은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칭찬은 “네가 잘했기 때문에 사랑해”라는 말과 같다.
1970년대에 플로리다에 사는 연구자 메리 버드 로우Mary Budd Rowe는 학교 교육방식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했다. 교사로부터 자주 칭찬받은 아이는 대답할 때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또 이들은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렀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교사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면 바로 그 의견을 접었다.

칭찬 때문에 아이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도 기쁨이 줄어들고, 심지어는 결과가 어떤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경우 이런 이는 성인이 돼서도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칭찬 중독자’로 변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치와 리처드 라이언은 진정한, 혹은 조건없는 자존감을 지닌 사람도 성공할 때는 기쁨이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실패할 때는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갖는 자기 가치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성과에 따라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해서 우쭐해하거나 우월감을 느끼지 않으며, 실패했다고 해서 우울해하거나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개 자신의 가치가 성과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패를 일시적인 후퇴, 풀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 이들은 또한 덜 불안해하고 덜 우울해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존감이라는 문제 자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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